TSMC 전 회장 영입한 美 마이크론…'HBM4' 대응 포석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대만 TSMC 전 회장을 이사회에 영입했다.
HBM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이 TSMC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를 빠르게 추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5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류더인(劉德音·마크 리우) TSMC 전 회장을 이사회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리우 전 회장은 TSMC에서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사장 겸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후 지난해까지 회장직을 맡는 등 30년 이상 TSMC를 이끌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반열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데이터 센터에서 엣지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성장 기회를 활용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리우 전 회장의 경험은 마이크론을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의 TSMC 협력 강화는 향후 출시 예정인 커스텀(맞춤형) 제품 'HBM4(6세대)'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메모리 회사로부터 넘겨받은 HBM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연결해 AI 가속기를 만든다.
특히 HBM4부터는 HBM의 두뇌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되는데, 자체 파운드리 역량을 보유하지 않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TSMC와의 협력은 사실상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중 HBM4 제품 개발 및 양산을 목표로 TSMC와 '원팀'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에 이어 두 번째로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2년 내 HBM4 제품 양산 목표를 세운 상태다.
이번 마이크론의 결정에는 미국 정부의 입김이 들어갔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반도체 제조 역량 확대에 총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최근 미국 정부는 TSMC에 '인텔 구하기' 압박을 주기도 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의 큰 그림은 2030년에 전 세계 반도체 패권국이 되는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나 반도체 설계 부문에 비해 아주 약한 제조 부문을 살리기 위해 TSMC를 끌어들이고, 대세인 AI 반도체 제작을 미국 내에서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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