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前대통령 ICC 수감…"모든 건 내 책임"(종합)
전직 정부수반 두 번째 기소 사례…유죄시 최대 종신형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브뤼셀·하노이=연합뉴스) 정빛나 박진형 특파원 = '마약과의 전쟁' 명분으로 반인도적 살상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2016∼2022년 재임)이 12일(현지시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수감됐다.
그는 자신이 모든 일에 대해 책임지겠다면서 계속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이륙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 압송 항공편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이날 ICC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헤이그 공항에 대기 중인 버스를 이용해 헤이그 외곽 네덜란드 교도소 내의 ICC 구금 센터로 이송됐다.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건강검진을 실시한 뒤 예비 심문 기일을 잡을 예정이다.
앞으로 수일 안에 열릴 예비 심문에서 ICC는 그의 신원을 확인하고, 그가 기소 내용을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향후 심문 기일을 정하게 된다.
본격 재판은 수개월 뒤 시작될 전망이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유죄 판결 시 최대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AFP 통신과 현지 매체 마닐라타임스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여객기가 헤이그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나는 경찰과 군대가 각자 할 일을 하면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말해 왔다. 그게 이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법 집행 기관과 군대를 이끈 사람"이라며 "나는 여러분을 보호하고 이 모든 일에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긴 법적 절차가 될 것이지만, 나는 계속해서 국가를 위해 봉사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내 운명이라면 알겠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재판 기간 ICC 구금 센터 내 침대·책상·찬장·세면대·변기를 갖춘 약 10㎡ 넓이의 방에서 수감 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방에 설치된 PC로 자신의 변호인이 제공하는 재판 관련 파일을 살펴보고 도서관·휴게실·조리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산책·달리기· 배구·테니스·농구 등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기소는 2019년 무죄 선고를 받은 로랑 그바그보 전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이후 전직 정부 수반으로는 두 번째 사례다.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상대로 체포영장을 청구,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카림 칸 ICC 검사장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체포 영장이 집행됐다는 사실이 "피해자들에게 중요하다"면서 이는 "국제법이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약하지 않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이번 체포가 "살인 희생자 수천 명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ICC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이던 2011년 11월 1일부터 대통령 재임 때인 2019년 3월 16일까지 '마약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그는 재임 중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해 용의자 약 6천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필리핀 정부는 집계한다. 인권단체는 실제 사망자가 3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해왔다.
'먀악과의 전쟁' 희생자의 어머니 에밀리 소리아노는 전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의 체포를 환영하면서 "내 아들에게는 적법한 절차가 없었다"라면서 "두테르테는 운이 좋다. 그에게는 적법 절차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좋은 침대에 누워 있을 것이다. 내 아들은 이미 묘지에서 썩고 있다"고 덧붙였다.
ICC는 2021년부터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정식 조사를 벌였으며, ICC 체포영장 발부에 따라 필리핀 당국 협조로 지난 11일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전격 체포됐다.
(헤이그[네덜란드]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인근의 국제형사재판소(ICC) 구금 센터에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이 들어가고 있다. 202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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