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멕시코 관세 현실화 韓기업 피해 불가피…美 공장이전 검토
대기업 현지법인만 201곳…연쇄효과로 韓수출 3천억원 감소 전망
현지 생산강화·수출처 전환으로 대응…리스크에도 美생산기지 구축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부터 중국, 멕시코, 캐나다에 시행을 예고했던 신규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대응 체제 가동에 나섰다.
특히 캐나다·멕시코 관세는 한 달간의 유예가 있었던 만큼 기업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며 준비해온 대응 전략 실행을 담담하게 검토하는 모습이다.
다만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미(對美) 수출기지로 활용했던 국내 기업들은 이번 관세로 상당 부분 피해가 불가피해 미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등 보다 급진적인 전략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 대기업 加·멕 현지법인만 201곳…수출도 3천억원 감소 전망
4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한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가 시행된다고 거듭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관세가 결국 현실화하면서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투자했던 국내 기업들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게 됐다.
특히 무관세를 목표로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미(對美) 수출 생산기지로 활용했던 국내 제조업 기업들은 어느 정도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대기업집단 중 25개 그룹이 총 201곳(캐나다 110곳·멕시코 91곳)의 현지법인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는 삼성(68곳, 캐나다 50곳·멕시코 18곳)과 현대차그룹(28곳, 멕시코 16곳·12곳)이 가장 많은 해외법인을 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은 두 지역에서 전자·오디오 제품 생산은 물론 태양광, 풍력,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를 통해 완성차 생산 및 판매사업을 영위 중이다.
이 밖에도 한화(14곳), LG·포스코(11곳), LS(7곳), CJ·GS·넷마블·현대백화점(각 6곳), SK·네이버·효성(각 5곳) 등 국내 주요 대기업 대부분이 현지에 생산기지나 판매법인을 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관세는 현지 생산과 판매는 물론 우리나라 수출에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발간한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조치에 따른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트럼프 대통령 예고대로 관세가 부과될 시 올해 한국의 총수출은 지난해 대비 2억2천만달러(3천211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對) 중국 관세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대미 수출은 19억6천만달러(2조8천억원) 늘어나겠지만 한국의 대중국, 캐나다 멕시코 수출은 각각 6억8천만달러(9천900억원), 2억6천만달러(3천800억원), 12억4천만달러(1조8천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멕시코의 대미 수출이 작년 대비 20.5% 감소해 한국의 대멕시코 수출도 9.1%로 가장 많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멕시코는 미국향(向) 제조업 수출 비중이 높아 중간재 수일 수요 감소가 우리 수출에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 美생산 강화·수출처 전환 등 모색…생산기지 이전 '만지작'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서 이들 지역을 주요 생산 기지로 활용해온 국내 기업들도 해당 지역에 투자 및 생산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현지 생산 강화를 택할 가능성이 가장 크게 점쳐진다.
가전과 자동차 등 최종 제품은 현지에서 생산해 바로 판매하면 관세 부담이 많이 줄기 때문이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만일 관세 인상이 본질적인 공급망 변화를 해야 하면 생산시설 이전 및 기존 캐파(생산능력) 조절 등 적극적인 생산지 변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 이러한 전망에 설득력을 높인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세탁기와 건조기 제조공장이었던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멕시코 공장에서 만들던 냉장고 등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했던 제품을 중남미·호주·유럽 등으로 수출처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기업도 있다.
기아가 대표적으로, 미국 접경 누에보레온주(州)에 공장을 둔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는 지난해 27만여대의 차량을 생산했고, 이 중 62%가 미국에 수출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통한 현지 투자 압박이 예상보다 거세지면서 일부 기업은 아예 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관세 조치가 대만 반도체업체 TSMC가 미국에 1천억달러(145조9천억원)를 투자키로 했다는 발표와 함께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이 이 카드를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겨도 현재 소재나 부품은 대부분 국내에서 수입하는 구조라 한국에 중국과 같은 상호관세가 부과될 경우 이러한 방안은 메리트가 없어지는 위험 요소가 있다.
이에 따라 소재와 부품 등을 아예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대표적으로, 회사는 미국 현지에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고려 중이다.
다만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낮은 자동화율, 설비 투자나 감가상각 비용 등은 국내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망설이게 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시설 투자는 단기간 결정되는 것이 아니어서 트럼프 관세정책을 피하기 위해 이러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한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대대적인 해외투자 전략 수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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