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질린 얼굴들"…가자주민 또다시 정처없는 피란길
이스라엘 공습 재개에 '악몽이 현실로' 혼비백산
질병·굶주림 위험도 엄습…"세상 모든 짐 짊어진 사람들"
가자지구 피란민들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가자지구 휴전이 발효 2개월 만에 파국을 맞으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비극도 되풀이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면서 수많은 가자지구 주민이 다시 피란길에 올랐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근처 마을에 사는 가이탐(19)은 새벽 2시께 전투기 소리와 폭발음, 비명을 들었고, 이어 새벽 5시께 바로 전날까지도 자신과 배구를 했던 친구가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악몽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했다.
친구가 묻힌 공동묘지를 찾은 가이탐은 붐비는 그곳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마음이 무너져내렸다고 한다. 사망자가 속출한 탓에 장례를 치르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친구와 작별인사를 마친 가이탐은 가족과 거처를 떠날 채비를 했다. 벌써 열 번째로 피란길에 오르는 것이었다.
그는 "더 안전한 곳에 있는 누나의 집으로 간다"며 "지금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분노, 피로, 걱정, 두려움, 공포, 슬픔이 뒤얽혔다. 이건 마치 세상의 모든 짐이 우리에게 얹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칸유니스와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하눈의 주민 약 6만5천명을 대상으로 대피령을 발령했다.
다시 피란길 떠나는 가자지구 주민들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는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임박했다는 의미이거나 하마스 지도자들을 압박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칸유니스 주민 타스님(26)은 "이른 아침부터 거리가 피란민들로 붐비기 시작했다"며 "그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에 공포와 피로가 가득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군사적 압박을 재개하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도 더욱 악화하고 있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의 공습 와중에 피란민들을 돕고 부상자들을 치료하느라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의 한 구호단체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 연료가 없어서 사망자들이 당나귀 수레에 실려 오고 있다"며 "병원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내 구호물자도 빠르게 바닥나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1일 가자지구 휴전 1단계가 만료된 뒤 구호품 및 상업물자의 가자지구 반입을 막은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가자지구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 공급이 2~3주 이내에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자지구가 심각한 인도적 위기에 다시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관계자는 "당분간 사용할 물자는 있지만, 이미 배급을 크게 줄였다"며 "이제는 몇 달간 아무것도 받지 못한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배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연료 부족 탓에 가자지구에서 운영하던 빵집 중 25%를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이 끊긴 뒤 가자지구의 담수화 시설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야에 사는 하야트 타하(16)는 자신의 가족이 다시 피란길에 오를지를 놓고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신의 뜻대로 되길 기다릴 뿐"이라며 "지금은 여기서 기다리며 남아있는 것이라도 붙잡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막막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가자지구 전역에 걸쳐 고위급 지휘관, 땅굴, 무기 저장고 등 하마스 목표물 약 80개를 동시에 타격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 1월 19일 가자지구에서 휴전이 발효한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팔레스타인 주민 최소 404명이 사망하고 562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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