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차기정부 791조 부양책 무산 위기
녹색당 "메르츠 못 믿어" 계속 어깃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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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천문학적 규모의 국방·인프라 투자예산을 둘러싼 독일 정치권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인프라 특별기금의 10분의 1을 기후보호 예산으로 쓰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예산안 통과의 열쇠를 쥔 녹색당은 메르츠 대표를 믿을 수 없다며 거부했다.
메르츠 대표는 13일(현지시간) 연방의회에서 "독일은 방어 능력을 갖춰야 한다. 무언가를 해야 하고 다른 모든 건 무책임한 일"이라며 국방비 증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인프라 예산 5천억유로(791조원) 가운데 500억유로를 기후보호 예산으로 쓸 수 있다고 제안했다.
메르츠 대표는 기후기금을 언급한 뒤 "무엇을 더 원하느냐"며 녹색당을 비난했다. 녹색당은 지난 11일 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며 기후 예산을 명확히 제시하라고 요구했었다. 카타리나 드뢰게 녹색당 원내대표는 "당신 말을 신뢰할 수 없다. 당신에게는 나라의 이익이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사회민주당(SPD)과 함께 현 연립정부를 꾸리고 있는 녹색당은 과거 부채한도 개혁을 거부한 메르츠 대표가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다고 비난한다. 또 추가 예산을 인프라 아닌 선거 공약 이행에 쓸 수 있다고 의심한다. 중도보수 CDU와 자매정당 기독사회당(CSU)은 법인세·부가가치세 인하 등 감세를 내걸고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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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연정 구성을 협상 중인 CDU·CSU 연합과 SPD는 지난 4일 10년간 5천억유로의 인프라 특별기금을 조성하고 국방비는 기본법(헌법)의 부채한도 제한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인프라·국방 투자 계획은 모두 연방의회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 의회에서 CDU·CSU 연합과 SPD의 의석수 합계가 3분의 2에 못 미쳐 녹색당 협조가 필수적이다.
CDU·CSU 연합과 SPD는 정부를 꾸리기도 전에 특별예산부터 추진하며 녹색당에 매달리고 있다. 늦어도 오는 25일 소집되는 새 의회에서는 특별예산에 반대하는 독일대안당(AfD)과 좌파당의 의석수가 개헌 저지선인 재적 3분의 1을 넘어 예산안을 통과시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정당은 새 의회 구성을 앞두고 예산을 위한 특별회기를 열어선 안 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소송까지 냈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이날 메르츠 대표에게 "당신은 부채제동장치의 무덤을 판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제동장치는 신규 정부 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0.35%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메르츠 대표는 국방비에 한해 이 규정의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방의회는 오는 18일 기본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녹색당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는 빨리 돈을 풀어달라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철도공기업 독일철도(DB)는 이날 철로 보수와 디지털 전환에 10년간 1천500억유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킬세계경제연구소(IfW) 모리츠 슐라리크 소장은 추가 예산이 식당 부가가치세 감면 등에 쓰인다면 독일 경제의 성장과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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