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OPEC+ 증산에 정제마진 강세…정유사 실적 '훈풍'
1월 3.2달러→3월 8.7달러…러시아·캐나다산 원유 공급 기대감도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지난주 국제유가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정유사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정제마진이 오르면서 정유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복합 정제마진은 1월 3.2달러에서 2월 4.9달러, 3월 7.6달러로 상승 흐름을 보인다. 지난주 정제마진은 전주보다 2.1달러 상승한 8.7달러까지 치솟았다.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것으로,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당분간 국제유가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정제마진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 증산을 예고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OPEC플러스)가 다음 달 감산을 해제하기로 하며 원유 생산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유가에 반영됐다. 국제유가 대표 지표인 브렌트유는 지난 5일 배럴당 68.33달러로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부터 전 세계 정제설비 순증설이 제한돼 공급 부담이 줄어드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석유 수요가 110만∼14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순증설 규모는 약 30만배럴에 불과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가능성이 커지며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원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간 러시아가 중국, 인도 등에 저렴하게 원유를 팔면서 러시아산을 들이지 않는 국내 정유업계의 원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미국이 수입하는 캐나다, 멕시코산 원유에 관세가 붙으면서 미국 정제설비의 가동률이 하락한 점도 국내 업계에는 호재다. 미국은 캐나다로부터 하루 400만배럴, 멕시코에서 40만배럴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관세 폭탄에 미국 수출길이 막힌 캐나다산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캐나다산 원유는 중동산과 비교해 배럴당 15달러가량 저렴한 이점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캐나다산 원유 중 일부가 아시아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는데, 그 경우 더 싼 원유를 구매할 기회가 생겨 매우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가 안정화는 전반적인 물가와 금리 부담을 줄여 점진적인 글로벌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관세 전쟁 대비를 위한 중국의 강한 내수 부양 의지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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